트렌드의 흐름

세포사회

나몰팁 2022. 7. 2.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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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가 파편화되고 있다. 공동체가 개인으로 조각조각 부스러져 모래알처럼 흩어진다. 개인은 더 미세한 존재로 분해되며 서로 이름조차 모른 채 고립된 섬이 되어간다. 이러한 현상을 사회가 극소단위로 분화됐다는 의미에서 나노 사회라 명명한다. 나노 사회 현상은 산업화 이후 꾸준히 제기돼온 문제이기는 하지만, 최근 그 경향성이 매우 강력해졌을 뿐만 아니라 다른 트렌드 변화를 추동하는 중요한 동인이 되고 있다는 이유에서 다시 한번 주목한다.

나노 사회 트렌드는 최근 우리 사회에서 관찰되는 여러 변화의 근인이다. 본서의 러스틱 라이프, 머니러시, 라이크커머스, 루틴이, 헬시플레저 등 많은 주요 트렌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보다 큰 흐름에서 나노 사회가 미치는 영향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나의 트렌드를 당신이 모르는 것이 요즘의 트렌드 라는 말처럼. 트렌드의 미세화를 촉발한다. 둘째 개인의 성공과 실패가 각자의 몫이 되어버리면서 긱 노동을 마다하지 않는 노동의 파편화가 강해진다.

셋째, 가정이 분해되고 그 기능이 시장화되면서 사회 인프라와 유통업 등 산업이 세분화된다.

나노사회는 모래알-해시태그-반항실의  3단계 비유가 표현하듯, 쪼개지고 뭉치고 공명하는 양상을 띠며,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는 경향이 있다. 코로나 블루도 그 본질에서 나노 사회의 그늘이 깃들어 있다. 이 나노사회 블루에 대처하기 위해 우리는 공감 능력을 키우고, 다양한 우연적 경험의 폭을 넓히며, 보다 큰 공동체적 휴머니즘 특히 지구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갖춰나가야 한다. 나노 사회의 메가트렌드 아래에서 선거의 해 2022년을 맞는 대한민국은 분열의 길이냐 연대의 길이냐를 가늠하는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일상에 많은 제약이 생겼지만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을 반기는 이들도 많다. 구인 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에 따르면 직장인 1,549명에게 코로나 통금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48.1%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특히 연령별로는 39대의 51.8%가 만족한다고 답해 가장 비중이 컸다. 만족하는 이유로는 불필요한 직장 회식 사라짐 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기성세대가 회식하는 재미에 회사 다닌다 라고 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태도다. 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을 뺴앗아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누군가에게는 자기만의 시간을 되돌려주고 있는 모습이다. 우리사회가 공동체 문화에서 새인주의 문화로 이행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MZ세대가 자주 이용하는 커뮤니티에서 큰 공감을 얻는 이야기다. 혼자 동네 식당이나 카페에 갔을 때 가게 주인이 자신을 알아보기 시작하면, 다시 그곳에 가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타인의 가벼운 관심조차 부담스러운 관계 짓기로 느껴지고 익명성이 훼손됐다고 느끼기 떄문이다.

주인이 자기를 먼저 알아봐줘야 대접받았다고 여기는 기성세대와는 무척 다르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이름 대신 휴대폰 번호로 최소한의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단골 가게 주인이 건넨 개인적 인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보이지 않는 선을 넘은 것이다. 이처럼 동네 가게 주인이 나를 알아보는 것이 부담스럽고 직장 동료들과의 모임이 불편한 현대인들에게 사회란 더 이상 국어 사전상의 뜻처럼 무리를 짓거나 공동생활을 영위해야 하는 기본단위가 아니다. 이제 현대인의 터전은 공동체가 개인으로 조각조각 부스러져 마치 모래알처럼 흩어지고 파편화된 새로운 사회다.

한국 사회가 극도로 미세한 단위로 분화되고 있다는 의미에서 이러한 현상을 나노 사회 라고 말한다. 나노는 10억 분의 1을 뜻하는 접두사로, 보통 원자나 분자 단위를 측정할 떄 쓰는 단위다. 사회가 공동체적 유대를 유지하지 못하고 유기체의 기본단위인 분자 혹은 원자, 즉 한 사람 한 사람으로 쪼개졌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사회의 원자화 현상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각자도생, 나나랜드 등의 키워드를 통해 사회의 현상에 대한 담론을 계속 이어갔다. 2022년의 트렌드로 나노라는 이름의 더 강력한 표현을 사용해 이 현상을 다시 정의하는 이유는, 그 트렌드가 매우 강력해졌을 뿐만 아니라 다른 트렌드 변화를 추동하는 중요한 동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트렌드를 가장 압축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일정 기간 유지되는 다수의 동조라고 정의할 수 있는 트렌드가 최근 근본적인 양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 동조자의 범위가 크게 줄어들고 그 유지 기간도 짧아졌다. 이제 트렌드는 모두가 함께 공동으로 느끼는 커다란 흐름이 아니라, 작은 지류들과 같이 소수의 단위에서 갈라지고 모였다가 다시 퍼지고 있다. 자신이 소속된 준거집단 위주로 형성되던 전통적 우리 의식이 취향 위주로 재편되는 나노 사회에서 트렌드가 세밀하고 다양하게 빨라지는 것이다.

시장 환경이 격변하면서, 변화에 대응하기가 그 어느 떄보다 어려워졌다. 공공부문과 민간 기업을 막론하고 소비자의 선호를 파악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 난감해하는 중이다. 소비자의 기호가 너무나 다양하게 세분화되고 있고 온라인을 통해 시시각각 업데이트되는 데이터들이 너무나 많아 이를 제대로 분석하기 힘겹기 때문이다. 데이터의 풍년 속에서 오히려 해석의 빈곤이 이어지는 형국이다. 경영 환경도 마찬가지다. 온라인에 집중해야 하는지, 오프라인을 유지해야 하는지, 이제 재고는 어느 정도 쌓아두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 여전히 불분명하다. 서점가에 각종 분야의 트렌드 서적들이 늘어나는 것도 이렇게 망망대해 속 흔들리는 부표처럼 세상을 예측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에 나타나는 하나의 징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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