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의 흐름

"ME"에서 "WE"

나몰팁 2022. 7. 3.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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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에서 브랜드의 가치를 나타내는 표현 중에 'What's in it for me?'라는 문장이 있다. 브랜드 안에는 소비자가 자신에게 유의미하다고 느낄 만한 혜택이 존재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당연한 소리처럼 들리지만 많은 브랜드들이 자신의 What's in for me?'가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거나 구현하지 못해 실패하곤 한다.

나 역시 광고, 마케팅, 브랜드 등과 관련된 일을 해오면서 이 문장을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했다. 어떤 브랜드를 정의할 때, (이 브랜드)는 나에게 (어떤 혜택을 제공한다.'라는 문장을 완성할 수 없다면 그 브랜드는 문제가 있는 것이며, 그 괄호 안 혜택의 강도가 시장에서의 성공을 좌우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런 주장은 대부분 틀리지 않았다.
 

소비자 의식의 변화를 보여주는 재미있는 광고 두 편이 있다. 편 모두 이케아 IKEA의 광고인데, 한 편은 2002년 미국에서, 다른 한 편은 첫 편의 속편 개념으로 2018년 캐나다에서 만들어졌다. 두 편 모두 낡은 탁상용 램프가 광고의 소재이다. 첫 편 써 주인공은 오래된 빨간색 램프를 집 앞에 내다 버리고 새 프를 들인다. 버려진 램프는 마치 인성이 있는 것처럼 바람 몸을 떨고 처량하게 비를 맞는다. 그때 카메라 앞으로 등장 남자 배우가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 램프에게 미안한 마음 든다고요? 그럼 당신은 미친 거예요. 램프는 감정이 없어요. 새것이 더 좋은 거예요." 오래 쓰던 것에 감정 이입해서 잘 의지 못하는 사람들의 행태를 절묘하게 이용한 광고였다. 이 그는 이듬해 칸 광고제에서 대상을 받았다. 그로부터 16년 캐나다에서 만든 속편은 똑같은 램프가 집 앞에 버려진 장면 더 다시 시작한다. 어린 소녀가 작은 손수레에 램프를 싣고 집으로 데려가 새 전구를 끼워 재활용하며 행복해한다. 전편과 동일한 배우가 다시 등장해 이번엔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 램프를 보니 행복하신가요? 그건 여러분이 미친 게 아니에요. 물 건들을 훨씬 더 잘 쓰는 거잖아요." (유튜브에서 IKEA Lamp commercial 2002와 2018을 검색하면 바로 볼 수 있다)

이제 소비자가 달라졌다. 그들의 소비 감성은 놀라울 정도로 진화했다. 환경과 공동체 그리고 지속 가능성 등의 개념을 장착하고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었다. 제품이나 서비스로부터 기대하는 가치의 범위가 '나'에서 공동체나 환경까지 포괄하는 '우리'로 넓어졌다. '나'에게 도움이 되더라도 '우리'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면 그 가치를 인정하지 않기도 하고, '나'에 게 조금 손해가 되더라도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그 대가를 흔쾌히 지불하기도 한다. 공정무역, 친환경, 동물 복지, 사회적 약자 지원 등을 내세우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동의는 물론이고 소비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2001년 대우전자에서 세제를 쓰지 않고도 세탁이 가능한 '마 이다스'라는 무세제 세탁기를 선보였을 당시, 경쟁 브랜드의 광고를 맡고 있던 입장에서 '이게 될까?'라고 반응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내 옷을 더 깨끗하게 세탁을 해준다는 약속으로 정하는 시장에서 세제를 쓰지 않음으로써 환경에 도움 -되겠다는(세제 비용을 아껴준다는) 약속이 'What's in it for 으로 작용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나의 우리처럼 마이다스 세탁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그땐 그랬다.


20대를 중심으로 한 소비문화 중심지 중 한 곳인 서울 마포구 연남동 에 가면 '얼스 어스Earth Us'라는 이름의 제로 웨이스트 카페가 있다. 매장에서는 티슈 대신 손수건을, 빨대 대신 스푼을 제공한다. 주방에서도 플라스틱 용기가 필요 없는 고체 세제로 설거지를 하고 비닐 랩 대신 실리콘 랩을 사용한다. 테이크아웃을 위해서는 직접 다회용 포장 용기를 들고 와야만 한다. 매장을 운영하는 사람도 이용하는 고객도 모두 불편한 카페이다. 하지만 이런 철학에 동의하는 손님들이 끊이지 않는다. 2021 년에는 서촌에 새로운 매장을 열었다. '얼스 어스'라는 상호도 '지구를 생각하는 것이 우리를 생각하는 것'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엄밀히 이야기하면 '우리를 위한'이라는 개념은 ‘나를 위한’의 확대된 개념이다. '우리를 위한다.'는 것은 '내가 뭔가 의미 있는 일에 동참하고 있다.'라는 정신적 만족감을 주는 것이기에 그 역시도 '나를 위한' 혜택의 일부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정신적 만족감의 지속 여부가 '우리를 위한'이라는 개념의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나를 위한' 직접적인 혜택은 항시적으로 필요 한 요소이지만, '우리를 위한'에 해당되는 요소는 불편함이나 부가적 비용을 수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시적인 유행처럼 중간에 포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착한 소비의 대명사라 할 만한 탐스TOMS 슈즈의 몰락은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탐스는 2006년 이후 1억 켤레 이상의 신발을 개도국에 기부했지만, 경영 악화로 2019년 채권단 공동 관리에 들어갔다. 이러한 탐스의 몰락은 '우리를 위한'이라는 명분만으로는 지속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것,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제품이나 서비스 자체의 혁신이 반드시 따라줘야 한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우리를 위한'이라는 패러다임으로의 변화 역시 작은 브랜드에 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환경이나 공동체에 대한 배려는 단기적으로 브랜드의 성장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큰 브랜드의 성장 방식이라는 관점으로는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면이 분명히 있다. 또한 브랜드 창업자나 최고 경영자의 철학이 그 중심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진정성 없는 명분 마케팅의 수단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성장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른 ESG(환경·사회·지배 구조)를 너도나도 외치고 있는 현실이 그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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