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의 흐름

인간의 동시욕구

나몰팁 2022. 7. 3.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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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전해 오는 속담이나 철학자들의 격언은 대부분 그 반대로 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본능에 대한 충고이다.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는 속담은 남의 이야기 전하기 좋아하는 인간 의 속성에 대한 경고이며, "빈 수레가 시끄럽다."는 말은 속이 차지 않은 상태에서 허세를 부리는 가벼움에 대한 지적이다. 마케팅과 관련성이 많은 속담 중 하나가 "두 마리 토끼를 쫓지 마라.. 한 번에 달성하기 어려운 두 가지의 목표를 향해 가다 보면 어느 하나도 제대로 달성하지 못한다는 이야기인데, 이를 뒤집어 말하자면 인간의 마음속에는 한 번에 달성하기 어려운 두 가지를 동시에 좇고 싶은 본능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잠재되어 있던 인간의 '멀티 욕구'가 기술과 환경 등의 변화에 따라 수면 위로 올라와 현실이 되는 사례들을 종종 보게 된다. 재미있는 현상 중 하나가 '부캐'이다. 현실에서 삶을 영위하는 본 캐릭터와는 별도로 제2의 인생을 사는 부 캐릭터 라는 개념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이전까지 인간의 이런 멀티 욕구는 취미 생활의 수준에서 충족되었지만,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인식과 사회적 여건이 변화하면서 '부캐'로 발전되기에 이른 것이다.

플로깅이라는 운동도 ‘멀티 욕구' 현상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스웨덴에서 시작된 이 운동은 ‘이삭을 줍는다'는 뜻의 스웨덴어 plocka uup과 조깅이 결합한 단어로, 쓰레기를 줍는 것과 달리 는 것을 결합한 운동이다. 쓰레기를 줍기 위해 앉았다 일어나야 하고 쓰레기봉투를 들고 뛰기 때문에 운동량도 늘어나고 환경 도 보호한다는 두 가지의 목적을 한 번에 달성하게 된다.

이보다 한 걸음 더 나가서 두 가지의 개념이 공존하기 어려운 것들도 인식의 변화와 기술의 진화를 통해 결합이 현실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술을 마시는 행위와 책을 읽는 행위의 결합이 그것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사물이나 행위를 대하는 태도가 다 양화하고 유연해졌기 때문에 가능해진 일이다. 혼자 한두 병의 맥주로 지친 하루를 위로하는 혼술 문화와 가벼운 책 읽기나 책을 통한 교류 등 책을 대하는 새로운 태도가 '북맥서점'이라 는 카테고리를 만들어냈다.

비건 문화의 확산과 기술의 발전은 '대체육'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의 시장을 만들어냈다. 채식을 실천하면서도 육류의 식감과 맛을 즐긴다는 두 가지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카테고리이다. 콩을 주원료로 하는 식물성 대체육 시장이 특히 주목받고 있는데 그 맛과 식감이 진짜 고기에 근접한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대체육의 선도 브랜드라 할 수 있는 비욘드미트는 나스닥에 상장되어 주목받는 종목 중 하나가 되었다. 국내에도 지구인컴퍼니에서 언리미트라는 브랜드로 다양한 형태의 대체육 제품을 선보이고 있고 대형 식품 기업들도 이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멀티 욕구 충족의 끝판왕에 해당되는 것이 저칼로리 아이스크림이다. 스키니 피그 라는 브랜드가 있다. 이름이 재미있다. '야윈 돼지'라니. 한 통을 다 먹어도 300kcal 정도밖에 안 되는 저칼로리 아이스크림 브랜드이다. 미국에서 헤일로탑 Halo Top이라는 브랜드가 2012년 출시한 이후 잇따라 시장에 등장한 저칼로리 아이스크림 후발 브랜드 중 하나이다. '맛은 돼지롭게, 칼로리는 가볍게'라는 슬로건과 스키니 피그라는 브랜드 이름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몇 종류의 맛을 먹어봤는데, 기존의 아이스크림과 차이가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맛을 즐기며 먹기에 충분하다. 길티 플티저에서 길 티를 제거하고 플레저만 남기는 데 성공했다고 할 만하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시도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2015년 언세임 다이닝이라는 이름의 소셜 다이닝이 잠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당시 인기를 얻고 있던 파인 다이닝이라는 분야와 낯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만나 어울리는 사교 모임이라는 두 가지의 다른 개념을 결합한 디너 이벤트였다. 언세 임 다이닝은 갤러리, 도심 빌딩 루프 톱, 영화 촬영지 등 독특한 장소에서 유명 셰프의 풀코스 디너를 와인과 함께 즐기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한 번에 60~100명 정도의 사람들이 함께했다. 잡지에도 몇 차례 기사화되기도 했고 참가자들의 반응도 괜찮았다. 하지만 이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식당이 아닌 의외의 장소는 분위기는 좋았지만 파인 다이닝을 주방에서와 같은 조건으로 조리할 만한 기술이나 설비의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두 시간 이상 함께 밥 을 먹는다는 것이 당시만 해도 썩 편하지 않았던 것이다. 결정적으로 한 번의 이벤트를 위해 들이는 공과 비용에 비해 수익은 형편없었다. 비즈니스로서 가능성이 보이지 않았다. 총 여섯 번의 다이닝 이벤트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유의할 점이 몇 가지 있다. 일단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이 모든 카테고리, 모든 브랜드에서 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언세임 다이닝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소비자 인식의 변화, 사회적 여건의 성숙, 관련 기술의 발전 등이 화학적으로 결합하지 않으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그리고 두 가지의 다른 욕구가 결합되어 만들어지는 시장의 가치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새롭게 생겨나는 시장은 그 크기가 제한적일 수도 있고, 수요가 일시적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의점을 뒤집어 보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이 작은 브랜드에게 유리한 성공 방식이라는 사실도 알 수 있다. 소비자의 인식이나 사회적 여건의 변화를 인지하고 발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장점과 제한적인 규모의 초기 시장을 보고도 시 장에 진입할 수 있는 과감하고도 유연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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