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의 흐름

득템력

나몰팁 2022. 7. 10.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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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비싼 브랜드 제품이 아니라 갖기 어려운 아이템을 누가 얻는가가 과시와 차별화의 요소가 되고 있다. 경제적 지불 능력만으로는 얻기 어려운, 희소한 상품을 얻을 수 있는 소비자의 능력을 '득템력'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과거 신분제 사회에서는 세련된 에티켓이나 문화적 소양 등으로 자신의 지위를 은근히 과시했는데, 이를 '보이지 않는 잉크(invisible Ink"라고 한다. 하지만 도시화로 익명성이 커지면서 비싼 사치품 같은 '보이는 잉크'가 그 역할을 대신하기 시작했다. 이제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통하는 시대다. 득템력은 기본적으로 보이는 잉크이지만, 그것을 알아볼 수 있는 이해력iteracy을 가진 사람끼리만 공유되는 능력이라는 측면에서는 보이지 않는 잉크의 성격도 동시에 지니고 있어 '흐릿한 잉크' 전략이라고 부를 수 있다. 득템력에는 세 가지 전략이 있다. 우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줄 서고 기다리는 것이다. 매장 오픈 전부터 기다리는 오픈런을 마다하지 않고 밤샘 줄서기에 텐트가 동원되기까지 한다. 다음은 '운'으로 쟁취하는 전략이다. 수량이 한정된 제품에 대해 '구매자격'을 추첨으로 선정하는 래플에 수많은 사람이 몰린다. 마지막 전략은 득템하 고 싶다는 간절함을 증명하는 것이다. 브랜드에서 원하는 구매 금액을 채우고, 브랜드가 요청하는 드레스코드도 맞춘다. 매장 직원을 내 편으로 만들어 기회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득템력이 중요해진 이유 중에서는 사치의 대중화로 높은 가격보다 획득의 어려움 이 차별화의 기호가 됐다는 점을 가장 눈여겨봐야 한다. 아울러 소비자들도 득템의 과정을 즐기고 SNS에 올리는 경향이 늘고 있으며, 한정된 아이템이 투자의 일환이 된다는 점도 득템력 부상의 원인으로 들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트렌드를 매출 극대화의 기회로 삼는 기업의 정교한 한정판 마케팅 전략도 주요 원인 중 하나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득템력 트렌드는 막강한 마케팅 수단이 등장한 것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과소비와 상대적 박탈감의 근원이 될 수도 있다. 상품 과잉의 시대, 돈만으로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현대판 '구별 짓기' 경쟁이 시작됐다.

새벽 6시 45~50분부터 모바일 앱 접속을 준비하라. 휴대폰을 여러 대사 용할 수 있으면 2~3분 간격을 두고 차례대로 접속하라. 접속 대기 인원이 7만 명이면 20여 분, 4~5만 명이면 10분 조금 넘게 대기할 생각을 해야 한다. 7시 이전에 접속이 될 것 같으면 과감하게 '새로고침' 해서 뒤로 빠져나왔다가 7시를 기다려라. 입력 취소가 될 수도 있으니 휴대폰을 절대로 흔들거나 건드리지 말고 바닥에 두고 대기하라! 맘카페에서 회자되는 스타벅스 굿즈 얻기 노하우다. 자녀들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불가능했다는 백신 접종 예약보다도 훨씬 치열하고 치밀하다. 돈이 있어도 갖기 어려운 소비 시장이 열리고 있다. 예전에는 갖기 어려운 물건이란 비싼 것을 의미했는데,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고가의 명품 브랜드를 사는 것보다 한정판 굿즈나 협업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더 어려운 경우가 종종 목격된다. 돈이 있다고 해서 누구나 구매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원하는 것을 얻겠다는 굳건한 갈망을 품은 소비자들은 엄청난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몇 점 입고되지 않는다는 명품 가방을 손에 넣으려면 새벽부터 줄을 서야 하고, 요즘 핫하다는 돈까스 한 점을 먹기 위해 내가 가게와 같은 지역에 있다는 것을 GPS로 증명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정판 에디션 운동화는 돈만 있다고 해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먼저 그것을 살 수 있는 권리를 얻어야 한다. 정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가 타이밍을 잘 맞추는 눈치도 필수다. 간절히 원하는 제품을 구하려면 평소에 브랜드 매니저와 꾸준히 친밀한 관계를 맺는 인간관계까지 갖추어야 한다. 한 마디로, 지금은 돈이 있다고 해서 뭐든 살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이처럼 지급 능력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상품을 얻어내는 소비자의 능력을 '득템력'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득템'은 원래 게임 문화에서 만들어진 단어다. 원하는 게임 아이 템을 얻었을 때, 얻을 '득'자와 아이템tem의 '템 합쳐 득템이 라고 표현했는데 이제는 쇼핑을 대체하는 표현으로 쓰이고 있다. 득템력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사실은 단지 "구하기 어려운 한정상품이 늘었다"는 사실을 넘어, 상품의 희소성 개념이 바뀌는 새로운 시장의 탄생을 의미한다. 나아가서 득템력은 소비자의 차별화 수단이 금전적 지급 능력에서 희소한 아이템이나 경험을 획득할수있는 능력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서 시대적 의미까지 담고 있다. 값에 더해 노력과 간절함을 저울질하는 시장에서 소비자는 어떻게 득템력을 발휘하고 있는가? 득템에 성공하기 위해 필살기를 갈고닦는 고수들의 건곤일척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지불 능력에서 득템 능력으로

19세기 상층 계급의 과시적 소비를 지적한 미국의 경제학자 소스타 인 베블런Thorstein Veblen은 사치품의 가격과 수요에서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한다. 보통은 상품의 가격이 비쌀수록 수요가 감소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어떤 상품은 가격이 오를수록 더 많은 수요가 발생한 것이다. 통상적인 수요곡선과 달리, 특정한 가격수준 이상에서는 가격이 오를수록 수요가 늘어나는 정반대의 관계가 나타났다. 이것을 베블런 효과 Veblen Effect라고 부른다. 베블런 효과가 일어나는 이유는 인간의 과시욕구 때문이다. 과시욕은 매우 근원적이며 뿌리가 깊다. 게오르크 헤겔 Georg Hegel에 의하면 인간은 기본적으로 인정을 추구하는 존재이며, 인정욕구는 자연적 욕구만큼이나 강렬하고 중요하다. 그래서 인간은 주체성을 인정받고자 인정투쟁까지 벌이는데, 그 투쟁의 결과에 따라 '지배-피지배' 구조로까지 이어진다. 인정욕구는 '경제적 욕구'로도 나타난다. 이는 남에게 인정받으려는 수준을 넘어서 상품 소비를 통해 남보다 좀 더 세련되고 품위 있고 부유한 자로 인정받고 싶은 '우월욕구'로 까지 연결되며, 우월욕구는 다시 '과시욕구'로 변질한다. 그 결과 사람들은 과시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허영 넘치는 소비 행태를 계속한다는 것이다. 헤겔의 오랜 통찰처럼 사람은 소비물을 통해 자신이 소속된 집단을 표현하고 싶어 한다. 특히 부유층은 자신이 상류 집단에 속해 있음을 과시하고 싶어하는데, 과거 신분제 사회에서 상류층의 지위를 표시하는 방법은 이른바 '보이지 않는 잉크 Invisible Ink'를 사용하는 것이었다. 일정 집단이 음악·시·놀이·춤· 에티켓과 같은 잘 드러나지 않는 지식을 연마해서 그것을 자기 집단의 소속 기호로 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과거의 상류층들은 오페라 감상이나 와인 매너처럼 쉽게 익힐 수 없는 지식을 쌓아서 다른 계급과 구별되는 은밀한 표식으로 사용했다. 이러한 지식들은 쉽게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보이지 않는'이라는 표현을 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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