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의 흐름

러스틱라이프

나몰팁 2022. 7. 10. 21:34
반응형

1. 떠나다: 시골로 여행 가기 
러스틱 라이프에 입문하는 첫 번째 단계는 시골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경험을 찾아 잠시 떠나는 것이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 요즘 뜨고 있는 '촌캉스(촌+바캉스)'와 '옥캉스(한옥+바캉스'가 그 대표적인 예다. 눈에 띄지 않는 오래된 시골집이나 한옥집에서 휴일을 보내며 시골 특유의 한적함과 낡은 느낌에서 오는 편안함을 만끽하는 것이다. 촌캉스로 유명한 강원도 영월의 '산골초가펜션'은 말 그대로 산골짜기의 시골집이다. 펜션 외에는 주변에 건물 하나 보이지 않는 첩첩산중 에서 새소리, 개구리 우는 소리로 천연 ASMR 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 (심리적 안정을 주는 자연스러운 소리)을 감상하고 아궁이에 불을 지펴 가마솥 밥을 지어 먹을 수 있는 '찐'시골 경험은 도시에서 나고 자란 현대인에게는 시간 여행과도 같은 새로운 경험이다. '그랜마 하우스'·'유상리 외할머니집' · '옥희 여관' 등 숙소의 이름에서부터 정겨운 아날로그 감성이 느껴진다. 모든 것이 옛것 그대로일 필요는 없다. 충남 부여의 '현암리 돌담집'은 지어진 지 3년이나 된 한옥의 외양은 그대로 살리되 안쪽은 화이트 톤의 현대식 부엌으로 개조하여 옛 감성과 편리함을 모두 지켰고, 전북 완주의 '소양고택'은 다른 지역에 있던 고택들을 옮겨와 예술적인 공간으로 재조성했다. 이렇듯 러스틱 라이프는 시골이 가진 옛스러움이 재현이나 향수가 아닌 새로움과 감성에 소구한다는 점에서 '뉴트로' 트렌드와도 맞닿아 있다.
러스틱한 여행은 단지 숙소 고르기에 한정되지 않는다. 나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찾아주는 GPS 기능과 친절한 내비게이션 음성 안내에 익숙한 시대에, 종이 지도 한장만 손에 들고 떠나는 여행은 불편하지만 신선한 경험을 제공한다. 도시인 모드에서 완전히 로그아웃하고 싶은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잠시 끄고 해당 지역의 자치단체들이 만든 종이 지도를 챙긴다. 온라인 검색 결과 상위에 노출되는 유명 관광지가 아니라 지역민이 그려놓은 지도 속 숨은 명소를 발굴하러 다니는 것이다. 감성적인 디자인까지 갖춘 지도는 일종의 굿즈처럼 2030 소비자들의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켜 신청이 줄을 잇는다. 관광지도 우편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주관광공사에서 연일 배송 한도를 초과했다는 공지를 올릴 만큼 종이 지도의 인기가 높다. 여행의 순간만큼은 온전히 아날로그 감성에 빠지고 싶어 하는 디지털 세대의 러스틱 라이프다. 삭막한 도시 생활에 답답함을 느끼는 현대인이 갈구하는 또 다른 경험은 아무 생각 없이 대자연에 취하는 것이다. 나만의 여유를 추구하는 러스틱에게는 수려한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관광지보다 불 멍·풀멍·물멍(각각 불 • 풀 • 물을 보며 멍하게 있기의 준말)의 '3명'이 가능한 곳이 더 소중한 명소가 된다. 일명 '뷰 view 맛집'으로 불리는 이런 곳들은 음료만 마시기 위한 일반 카페가 아니다. '바다 뷰', ‘논밭 뷰', '노을 뷰' 등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초대형 부지에 조성되어 경치를 즐기기에 적합한 전면 유리창, 그늘막 좌석 등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기존부터 멋진 카페가 많기로 유명했던 부산·인천·강릉과 같은 대도시 외에도 '뷰 맛집'을 갖춘 내륙 도시들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논밭 뷰'가 아름다운 경북 청도에는 2018년 70여 개에 불과했던 카페가 2021년 112개로 늘어났다. 카페를 찾는 관광객이 몰리자 청도군에서는 100여 개의 카페별 특징을 소개하는 '카페 지도' 까지 제작했다. 이러한 카페 클러스터는 지역 관광지와 연계되어 새로운 관광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2. 머물다: 시골에서 일상 보내기 짧은 여행에 아쉬움이 남는다면 더 길게 머물러보는 것도 좋다. 바로 체류형 여행, '한 달 살기'다. 한 달 살기는 10여 년 전부터 국내에 서는 제주도, 해외에서는 파리 · 발리 등 유명 도시를 중심으로 현대인의 버킷리스트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최근 한 달 살기에도 러스틱 바람이 불고 있다. 이전의 한 달 살기가 비현실적인 로망의 실현에 가까웠다면, 요즘의 한 달 살기는 번잡한 도시에서 벗어나 일상을 리셋하는 '셀프 유배'로서, 남들 다 가는 유명한 곳이 아니라 동해,속초,양양,남해 등 전국 곳곳으로 방향을 틀며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또한 가족 단위 중심에서 벗어나 학교 · 직장·사회활동에 매여 떠나지 못했던 20·30세대로 소비층이 확대되면서, 그 형태 또한 '보름 살기', '열흘 살기' 등으로 각자의 상황에 맞추어 유연하게 변화 중이다. 한 달 살기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장기 숙박 예약 플랫폼 '미스터 멘션'은 2019년 대비 2020년 매출이 5배 이상 늘었다. 지자체들의 대응도 적극적이다. 강원도 동해시는 무릉·추암· 천곡·묵호 · 망상 권역별 관광 개발계획을 새로 마련해, 일회성 관광 방문이 아니라 액티비티 · 경험 · 감성이 어우러진 '체류형 관광자원'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동호지구 바닷가 책방 마을은 마을 관리 사회적협동조합을 통해 폐가를 재활용해 도시인들의 한 달 살기와 젊은 예술가들의 아트 레지던시를 제공한다. 한편, 원격근무가 활성화되면서 도시를 떠나는 것이 쉽지 않았던 직장인들이 일상은 유지하면서도 러스틱 라이프를 몸소 실천해볼 기회가 생겨나고 있다. 근무지에서만 일을 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휴가지에서 업무를 진행하는 '워케이션work+vacation 이 그것이다. 일본에서는 몇 년 전부터 기업과 지자체가 나서서 워케이션 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다. 일본의 인터넷 통신 서비스기업 '빅로브 Biglobe'는 온천 휴양지로 유명한 벳푸시에 '워케이션 스페이스' 개설하고 3개월 동안 2세대 사원들이 돌아가며 체재하도록 했다. 비일상의 공간에서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에서 이루어진 조사에 따르면 3일간의 실험 동안 워케 이션을 진행한 사람의 평균 생산성은 20% 상승하고 스트레스는 37%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워케이션 도입을 추진하려는 기업들이 늘면서 젊은 직 장인들을 유치하려는 지자체의 경쟁이 치열하다. 경남 하동에서 추진한 워케이션 프로그램 '오롯이, 하동'은 공유오피스뿐만 아니라 숙소 와 차량, 빔프로젝터와 피크닉 세트 등 모든 준비물을 갖추고 '몸만 오면 되는' 일주일을 마련했다. 
또한 강원도 관광재단이 인터파크와 협업하여 강원 지역 호텔과 리조트에 머물 경우 객실 업그레이드와 체크인·아웃 시간 연장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워케이션 특화상품을 출시한 결과 3~5월 두 달 사이 주중 숙박이 전년 동기 대비 25% 이상 증가했다. ' 촌에서 보내는 색다른 일상의 매력은 아이들의 삶에도 활력을 불어넣는다. 비대면 수업으로 도시에서의 학교생활이 제한받고 있는 요즘, 자연과 더불어 학교생활을 해볼 수 있는 '농촌 유학’이 각광받는 중이다. 서울시교육청과 전남도교육청이 협약을 맺고 진행하는 농촌 유학은 도시 지역 학생들이 전교생 60명 미만의 작은 시골 학교 로 전학을 가서 한두 학기 동안 생활해보는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작은 학교들은 대면 수업이 가능해 자녀의 학교생활 적응을 걱정하는 학부모들에게 인기가 높을뿐더러, 매일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똑같은 일과 대신 날마다 새로운 자연 속에서 뛰놀고 싶은 어린 학생들에게도 안성맞춤이다. 학생 수가 적은 만큼 누릴 수 있는 교육자원이 풍부하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봄에는 운동장에서 캠핑을 하고, 여름에는 바지락· 망둥어를 잡으러 간다. 이보다 더 시골스러울 수 있을까 싶다.

반응형

'트렌드의 흐름' 카테고리의 다른 글

X세대  (0) 2022.07.11
NFT 투자  (0) 2022.07.11
득템력  (0) 2022.07.10
캐시러쉬  (0) 2022.07.10
오늘하루운동  (0) 2022.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