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의 흐름

초월적 경험

나몰팁 2022. 7. 16. 20:21
반응형

실재감 테크의 세 가지 요소

 

 도입부의 사례에서 보듯 실재감 테크는 단지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 가 아니라 삶과 산업에 도움을 주는 실용적 기술로 안착하는 중이다. 그렇다면 어떠한 기술적 요소를 갖췄을 때 실재감 테크의 실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까? 과연 소비자들은 어떤 기술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가상이 실재한다고 인지하게 될까? 실재감 테크를 이루는 세 가지 주요 요소로는 다중감각, 동시성, 체험성이 있다.

 

 

 1. 다중감각, 감각의 상호 작용

 다중감각이란 인간의 여러 감각과 그 감각들의 관계를 가리킨다. 사람은 오감을 통합적으로 사용해 대상을 지각한다. 이 감각들은 상호 작용하고 서로 연상 자극이 되기도 한다. 어떤 하나의 감각이 다른 영역의 감각을 일으키는 공감각은 감각들 간의 다이내믹한 연관성을 잘 설명하는 단어다. 공감각 중에 발생하는 감각 간의 불일치는 때때로 정보에 대한 호의적 태도로 이어지기도 한다. 소비자가 적응할 수 있는 수준의 작은 감각적 편차는 흥미롭고 참신하다는 느낌을 주며, 나아가 호기심을 가지고 정보를 수용하기 위해 더 노력하게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진지한 분위기 속 회의실 탁자에 둘러앉은 정장 차림의 사람들이 갑자기 아기 목소리로 '하리보 젤리'가 맛있다고 말하는 광고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어른들만 등장하는 근엄한 회의실 배경과는 달리, 무지개색의 젤리 과자가 시각을 자극하고, 어린이의 혀 짧은 목소리가 청각을 두드린다. 이러한 감각의 부조화는 소비자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들면서 먹을 때의 즐거움을 떠올리게 한다. 감각의 레벨을 다채롭게 할수록 소비자는 대상에 대해 더 깊게 관여할 수 있다. 이러한 다중감각을 활용한 산업적 사례는 다양하다. 온라인 쇼핑몰 무신사는 2021년 5월 홍대 앞에 플래그십스토어를 오픈했다. 매장은 절제된 디자인과 무채색 계열의 상품 진열대, 나선형 계단 등의 시각적 자극과 더불어 기분 좋은 배경 음악의 청각적 자극으로 채워졌다. 여기에 숲속 물기를 머금은 파촐리와 자유분방한 아름다움을 전하는 재스민, 스파이시한 매력의 카네이션, 부드러운 앰버, 거친 매력의 베티버 등의 식물 향기로 소비자의 후각까지 사로잡았다. '끊임없이 순환하는 시간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추구하는' 브랜드 정체성을 나타내기 위해 여러 감각의 자극을 도입한 것이다. 한편, 특정 감각이 다른 감각에 비해 더 큰 영향력을 미치기도 한다. 이른바 '감각 우위' 현상이다. 예를 들어 대형 극장에 가면 청각이 시각을 강화하는 기술을 경험할 수 있다. 최근 영화관 등에 설치되고 있는 돌비 애트모스 ATMOS 시스템은 영상을 소리로 들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살아 움직이는 오디오'라고 불린다. 관객의 앞과 뒤, 옆과 천장 등 전방위에 설치된 스피커를 이용해 사운드를 이동시켜 소리 공간 sound dome을 구성하기 때문에 소리 자극이 영상 자극보다 우위에 있다. 덕분에 관객은 영화 속 공간에 직접 들어간 듯한 실재감을 느낄 수 있어 입체적인 몰입이 가능하다. 

 

 

 2. 동시성, 바로 지금 함께한다는 인식

 실재감 테크의 두 번째 핵심은 동시성으로, 바로 지금 일어나고 있거나 현실의 시간 흐름과 동일하게 흘러가는 것을 말한다. 가장 전형적인 예시는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실시간 전략 게임 RTS. Real-time Strategy'이다. 상대와 내가 턴 turn 방식으로 순서에 따라 돌아가면서 전략을 실행하는 게임에 비해 모든 플레이어가 동시에 플레이하는 실시 간 전략 게임은 실재감을 극도로 높여준다. 제한된 시간 때문에 플레이어는 더 집중하게 되고 이는 게임에 더욱 깊이 빠져들게 만드는 기제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생방송 스트리밍으로 제품을 파는 라이브커머스 역시 동시성이 소비 행위와 맞아떨어진 대표적인 사례다. 판매자가 사전에 방송 내용을 준비해오긴 하지만, 라이브커머스는 댓글 창을 통해 지금 이 순간 방송을 시청하고 있는 소비자와 소통하며 만들어진다. "정보를 얻기 위해", "진행자와 대화하기 위해", "재미있는 장면을 만들기 위해' 등등 시청자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판매자에게 말을 건네며 방송에 참여하고, 판매자도 그에 실시간으로 반응하며 왁자지껄한 온라인 시장을 조성하고 있다. 사실 초창기의 라이브커머스는 옷이나 음식 등 비교적 저가의 제품을 중심으로 소상공인이 직접 판매에 나서는 방식의 새로운 온라인 쇼핑 시장이었으나, 요즘은 대형 가전 등 고가의 내구재를 비롯해 여행.레저. 강의 등 공간이나 무형의 상품까지 라이브커머스로 판매되며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75인치 대형 TV와 노트북을 라이브커머스로 판매하면서 실제로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블로거들과 실시간 소통을 했고, 코웨이는 2021년 5월 공기청정기 라이브 방송으로 24만 명 고객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이처럼 동시성은 의사소통자가 자신과 소통 대상 사이에 존재하는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매개체가 된다. 사람은 언어뿐 아니라 그 순간의 몸짓, 표정 등 근육의 움직임, 의복의 종류와 착용 방식 등으로도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때문이다.

 

 

 3. 체험성, 현실의 움직임을 대체하다

 실재감 테크의 마지막 특징인 체험성은 소비자가 직접 몸을 움직여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2021년 7월 인기 MMORPG 게임 '는 국내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인 맘스터치와 흥미로운 제휴 마케팅을 펼쳤다. 로스트아크 이용자가 게임 속 맘스터치 매장에서 가상의 치킨 세트를 획득해서 먹으면 게임 캐릭터의 능력이 강해지는 방식이다. 동시에 맘스터치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로스트아크 캐릭터의 이름을 딴 치킨 세트 메뉴를 출시해 구매자에게 게임 아이템 교환 쿠폰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게임 속의 캐릭터가 치킨 세트를 먹고 능력이 강해진 것처럼 게임 이용자도 비슷한 메뉴를 실제로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실재감 테크의 체험성을 재미있게 구사한 사례다. 특히 교육 분야에서 실재감 테크의 적용은 학습자의 흥미와 참여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이 대중화되면서 실험·실습 등의 분야는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집에서도 생생한 현장 학습이 가능한 실감형 콘텐츠와 기기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비상교육의 2020년 4~6월 VR·AR 콘텐츠 이용률은 같은 해 1~3월에 비해 최대 10배까지 증가했다. 가상의 화석과 지질박물관을 실제로 이동하면서 둘러볼 수 있는 'VR 지질 답사' 서비스의 이용률은 10.5배, 실제 실험에서 사용되는 도구들을 가상공간에서 직접 조작해보고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AR 과학 실험실'은 8.1배 늘었다. " 교육용 메타버스 서비스의 기반이 될 실감형 콘텐츠 제작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로 한 EBS는 교육부와 함께 초·중등 7개 분야, 총 160편의 XR 콘텐츠를 제작하여 학교 수업 현장에 보급하는 'EBS 실감형 콘텐츠 제작 사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초등학교용 콘텐츠의 경우 헤드셋 등의 보조 도구를 쓰거나, 특정 기기 없이 일반 교실에 지면 · 위치 · 이미지 인식 기술을 적용하거나, 프로젝션 맵핑 기술만으로도 몰입이 가능한 확장 현실을 누릴 수 있도록 조성할 계획이다. 종료 된 존재 2021년 8월, 백화점 '더현대 서울' 내 ALT.1 갤러리에서 이머시브 전시 '비욘 더 로드 Beyond the Road'가 국내에 첫선을 보였다. '몰입하다 뜻의 '이머시브immersive'가 붙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관람객의 오감을 자극하며 완전히 몰두하게 만드는 전시로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었다. 비욘 더 로드는 영국 출신의 유명 가수 제임스 라벨 James Lavelle의 음반 '더로드The Road'에 수록된 음악을 영상,무대,설비,향기,조명 등 여러 방식으로 재해석함으로써 원작의 '너머 beyond'로 관람객을 안내한다. 특별한 작품 설명 없이 입구에서부터 환상적인 조명과 사운드가 이끄는 대로 관람하는 것이 포인트다. 멀티센서로 가득한 세계에 들어서면 전시 공간마다 각기 다른 빛과 음악이 관람객을 에워싼다. 또한 현란하게 움직이는 영상과 설치 작품을 만나 입체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전시장의 바닥에 흔히 붙어 있는 동선 안내 화살표가 없어 관람객들은 저마다 다른 순서로 전시를 감상하고, 시각·청각·후각·촉각·공간지각 등을 모든 감각을 동원해 빠져들게 된다. 비욘 더 로드는 보는 전시가 아닌 '느끼는' 전시로 불리며 "음악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는 표현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있다"는 평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공간의 실재감' 부여는 외부인의 접근을 제한하던 사옥도 변화시키고 있다. LG CNS는 서울 마곡동에 위치한 LG사이언스파크 사옥 1층 로비를 홀로그램 영상이나 화려한 인터랙션의 미디어 테이블 등 즐길 거리가 가득한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산출물이 눈에 보이지 않고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지 않는 B2B 기업이지만, 디지털 기술이 나아가야 할 미래의 체험적 요소를 '실제인 것처럼' 직접 경험하게 함으로써, 파트너사와 최종 소비자 사이의 새로운 접점을 미리 체감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반응형

'트렌드의 흐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헬시플레저  (0) 2022.07.12
X세대  (0) 2022.07.11
NFT 투자  (0) 2022.07.11
러스틱라이프  (0) 2022.07.10
득템력  (0) 2022.07.10